
사이닝 보너스 반환 분쟁: 육아휴직 기간, 의무 근무에 포함될까?
사이닝 보너스 반환 분쟁: 육아휴직 기간, 의무 근무에 포함될까?
이직이나 신규 입사 시, 회사로부터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를 제안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목돈이 들어오는 만큼 달콤한 제안이지만, 여기에는 종종 ‘일정 기간 근무’라는 조건이 붙고, 이를 채우지 못할 경우 보너스를 돌려줘야 하는 ‘반환 조건’이 따르기도 합니다. 이때 예상치 못한 상황, 예를 들어 육아휴직 등으로 실제 근무 기간이 줄어들게 되면, 이 휴직 기간이 과연 ‘의무 근무 기간’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첨예한 사이닝 보너스 반환 분쟁의 불씨가 되곤 합니다.
최근 법원은 이와 관련된 사이닝 보너스 반환 문제, 특히 육아휴직 기간을 의무 근무 기간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핵심 인재를 유치하고 장기 근무를 유도하기 위해 지급한 보너스를 돌려받고 싶을 것이고, 직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보장된 휴직 기간이 근무 기간에서 제외되어 거액의 무를 지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복잡하고 민감한 이슈, 그중에서도 ‘육아휴직 기간의 의무 근무 기간 산입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 그 법리적 근거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 글이 유사한 상황에 놓인 직장인과 기업 관계자 모두에게 현명한 판단과 대응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를 바랍니다.
사이닝 보너스 반환 분쟁의 시작: 계약서의 의미는?
사이닝 보너스 반환 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적 성격과 계약서 해석의 중요성을 알아야 합니다. 계약 내용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성격으로 나뉩니다.
- 순수 입사 축하금/이직 보상금 성격: 단순히 회사에 입사하거나 이직하는 것 자체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별도의 의무 근무 기간이나 반환 조건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의무 근무 약정의 대가/임금 선급 성격: 단순히 입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소 N년 이상 근무’를 약속하고, 그 약속(전속근무)의 대가 또는 미래에 제공할 근로에 대한 임금을 미리 지급하는 성격을 가지는 경우입니다. 사이닝 보너스 반환 조건은 주로 이런 경우에 붙습니다.
어떤 성격인지는 계약서의 문구, 지급 목적, 반환 조건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법원은 계약서의 문언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 동기, 당사자가 달성하려는 목적, 진정한 의사,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의미를 해석합니다.
‘의무 근무 기간’과 ‘반환 조건’의 해석 중요성


특히 ‘입사일로부터 N년 내 퇴사 시 전액 반환’과 같은 조건이 있다면, 그 사이닝 보너스는 단순히 입사 자체에 대한 대가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약정이 ‘의무 근무 기간 동안의 이직 금지 및 전속 근무 약속에 대한 대가’와 ‘임금 선급’의 성격을 함께 가진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2다5551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N년’이라는 의무 근무 기간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결정짓는 핵심이 됩니다.
실제 사례로 본 사이닝 보너스 반환 분쟁: 육아휴직 기간의 쟁점화
최근 서울북부지방법원의 한 판결(사건번호 생략)은 이러한 사이닝 보너스 반환 분쟁의 쟁점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해외 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 인력 B씨는 A회사에 입사하면서 ‘입사일로부터 2년 내 본인 사정 또는 귀책사유로 근로관계 종료 시에는 지급받은 1,000만 원을 전액 변제한다’는 약정을 체결했습니다. B씨는 입사 후 약 1년 3개월 근무하다가 육아휴직에 들어갔고, 육아휴직 기간 중(입사일로부터 약 2년 2개월 시점)에 퇴사했습니다. 회사는 B씨가 실제 근무한 기간이 2년에 미치지 못한다며 사이닝 보너스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B씨는 육아휴직 기간도 법적으로 근속 기간에 포함되므로, 총 근무 기간은 2년을 넘겼기에 반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A회사는 사이닝 보너스가 B씨의 전문성을 최소 2년간 ‘실제로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지급된 것이므로, 실제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육아휴직 기간은 의무 근무 기간에서 제외되어야 하며, 따라서 사이닝 보너스 반환이 정당하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의 판단 기준: 계약의 목적과 실제 근로 제공의 중요성
이 사이닝 보너스 반환 분쟁에서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요? 법원은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B씨에게 사이닝 보너스 반환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계약의 개별성과 특수성 고려


법원은 먼저 해당 약정이 모든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해외 박사 학위를 가진 특정 전문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체결된 약정’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일반적인 공개 채용이 아닌 별도의 절차를 통해 채용된 점 등을 고려할 때, 회사가 B씨의 전문 지식과 능력을 ‘최소한 일정 기간 이상 실제로 활용’할 것을 예정하고 이 보너스를 지급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이 약정은 단순 입사 축하금이 아닌, ‘실제 근로 제공’과 밀접하게 연관된 대가라는 것입니다.
2. ‘2년 내 근로관계 종료 시 반환’ 문구의 합리적 해석


계약서 상 ‘입사일로부터 2년 내 근로관계 종료 시’라는 문구의 해석이 핵심이었습니다. 법원은 앞서 본 계약 체결 동기 및 목적(전문 인력의 실제 활용)을 고려할 때, 이 ‘2년’은 단순히 입사일로부터 달력상의 2년이 아니라, ‘실제 근로를 제공하는 기간’으로서의 2년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았습니다. 만약 육아휴직 등 실제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기간까지 모두 포함한다면, 회사가 우수 인재를 영입하여 그 능력을 활용하고자 했던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는 조건의 실효성에 관한 중요한 판단입니다.
3. 남녀고용평등법과의 관계: 근속기간과 계약상 의무 근무 기간의 구분


B씨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에서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총 근무 기간은 2년을 넘겼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법률상 ‘근속기간’과 계약상 ‘의무 근무 기간’은 다를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하는 것은 퇴직금 산정, 연차휴가 일수 가산 등 법률로 정한 사항에 적용하기 위한 것입니다. 개별 계약에서 정한 ‘의무 근무 기간’이 반드시 법률상 ‘근속기간’과 동일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특정 목적을 위해 ‘실제 근로 제공 기간’을 기준으로 의무 근무 기간을 정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취지입니다.
-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가 아니다: 법원은 또한, 이러한 해석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에서 금지하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B씨가 사이닝 보너스 반환 의무를 지게 된 것은 육아휴직을 갔기 때문이 아니라, 계약에서 정한 ‘2년간의 실제 근로 제공’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육아휴직 자체로 인해 임금 삭감, 승진 누락 등 다른 불이익을 받은 것이 아니므로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계약의 목적과 내용을 중시하여, 실제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육아휴직 기간은 이 사건 사이닝 보너스 반환 약정상의 의무 근무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판결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 사이닝 보너스 반환 분쟁 예방하기
이 판결은 사이닝 보너스 반환 문제, 특히 휴직 기간의 처리와 관련하여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1. 계약서, 문구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야


- (직원 입장) 사이닝 보너스를 받을 때, 의무 근무 기간, 반환 조건, 그리고 ‘근무 기간’의 정의(단순 재직 기간인지, 실제 근로 제공 기간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휴직, 병가 등 발생 가능한 상황에서 근무 기간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명확하지 않다면 회사에 질의하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이닝 보너스 반환 요구를 피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 (회사 입장) 사이닝 보너스 지급 약정 시, 보너스의 성격(대가성, 임금 선급성 등)과 목적(단순 유치, 장기 근무 확보 등)을 명확히 하고, 의무 근무 기간 산정 기준(실제 근로 제공일 기준 등) 및 반환 조건을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규정해야 향후 사이닝 보너스 반환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2. 계약의 목적과 배경 이해하기
단순히 계약서 문구만 볼 것이 아니라, 왜 이 보너스가 지급되는지, 회사가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고액의 보너스나 전문 인력에 대한 보너스일수록 ‘실제 기여’를 조건으로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배경 이해는 사이닝 보너스 반환 조건의 해석에 영향을 미칩니다.
3. 법률상 권리와 계약상 의무는 별개일 수 있다
육아휴직 등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라 할지라도, 그것이 모든 ‘계약상’ 의무 기간 산정에 자동으로 포함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법률상 ‘근속기간’과 특정 계약(예: 사이닝 보너스 반환 약정)에서 정한 ‘의무 근무 기간’은 그 목적과 해석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4. 분쟁 발생 시, 감정적 대응보다 합리적 접근 필요


만약 사이닝 보너스 반환 분쟁이 발생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계약 내용, 관련 법리, 유사 판례 등을 차분히 검토하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서, 급여 명세서, 휴직 관련 서류 등 증빙 자료를 확보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적인 측면을 면밀히 검토하여 대응 방향을 결정해야 합니다.
결론: 명확한 계약과 상호 이해가 중요
사이닝 보너스는 인재 유치와 동기 부여에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그 조건과 해석을 둘러싸고 예기치 않은 사이닝 보너스 반환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육아휴직과 같이 근로 제공이 중단되는 기간이 발생할 경우, 이를 의무 근무 기간에 포함할지 여부는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과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계약서상의 ‘의무 근무 기간’이 법률상 ‘근속기간’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계약의 목적과 당사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실제 근로 제공 기간’을 기준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러한 해석이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 금지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직원과 회사 모두 사이닝 보너스 약정 체결 시, 의무 근무 기간의 산정 기준과 반환 조건 등을 최대한 명확하게 규정하고 상호 충분히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불필요한 사이닝 보너스 반환 분쟁을 예방하는 최선의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