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대표자’ 잘못 지정하면 각하됩니다!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대표자’ 잘못 지정하면 각하됩니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이사회의 결정 하나하나가 회사의 운명과 주주, 임직원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때로는 이 결정이 격렬한 내부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중요한 경영 판단이나 인사에 관한 이사회 결의에 하자가 있다고 생각될 때, 그 효력을 잠시 멈추기 위해 고려하는 법적 수단이 바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입니다.
이 절차는 결의의 집행을 막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입니다. 그런데 만약, 결의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도 전에, 아주 기본적인 ‘절차’ 하나를 놓쳐서 이 중요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각하’된다면 얼마나 허탈할까요?
믿기 어렵겠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최근 법원 결정 중에는 회사를 상대로 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회사를 대표할 자격이 없는 사람’을 상대로 제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각하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소송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 중 하나인 ‘당사자 표시’ 및 ‘대표권’ 문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 글은 단순한 판례 소개가 아닙니다. 지금 여러분이 회사의 이사로서 부당한 효력을 멈추려 하거나, 혹은 회사 입장에서 이러한 가처분 신청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적인 ‘절차적 함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최신 사례를 통해, 특히 ‘회사와 이사 간 소송’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대표권’ 문제를 명확히 이해하고, 여러분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절차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필수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먼저,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이 무엇인지 간단히 짚고 넘어가죠.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은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의 한 종류입니다.
쉽게 말해, 문제가 있는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정식 재판(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시 ‘일시정지’ 시켜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절차입니다.
왜 필요할까요?
본안 소송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결의가 그대로 실행되면, 나중에 소송에서 이겨도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부당하게 해임된 이사가 나중에 소송에서 이겨도 이미 회사는 다른 체제로 운영되고 있을 수 있고, 중요한 사업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긴급하게 결의의 효력을 멈출 필요가 있을 때 이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핵심 쟁점: 회사 vs 이사 소송, ‘누가’ 회사를 대표해야 할까요?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시 필수 확인)
이제 본론입니다. 왜 앞서 언급한 사건에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각하되었을까요?
문제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을 잘못 지정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소송의 당사자가 될 때는 대표이사가 회사를 대표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이사를 상대로’ 또는 ‘이사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이때는 대표이사가 회사를 대표하면 자기 자신이나 동료 이사의 이해관계와 회사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사가 “대표이사를 해임한 이사회 결의는 무효다”라며 회사를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그 해임된 대표이사가 회사를 대표해서 소송에 대응한다면 공정한 진행을 기대하기 어렵겠죠.
상법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이해충돌 문제를 막기 위해 우리 상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1. 감사가 있는 경우 (상법 제394조 제1항):
원칙적으로 ‘감사’가 그 소송에 관하여 회사를 대표합니다.
따라서 이사가 회사를 상대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다면, 신청서의 ‘채무자(회사) 대표자’란에는 대표이사가 아닌 ‘감사 OOO’이라고 기재해야 합니다.
만약 감사가 여러 명이라면 공동으로 대표하거나, 정관 또는 이사회 결의로 특정 감사를 대표로 정할 수도 있습니다.
2. 감사가 없는 소규모 회사(자본금 10억 미만)의 경우 (상법 제409조 제5항):
자본금 10억 원 미만인 회사는 감사를 의무적으로 두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이런 회사에 감사가 없다면 어떻게 할까요?
이때 대표이사가 당연히 회사를 대표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법은 명확하게 “회사, 이사 또는 이해관계인은 법원에 회사를 대표할 자를 선임하여 줄 것을 신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소송 당사자(이사든 회사든) 또는 다른 이해관계인이 별도로 법원에 신청해서 “이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사건에서 회사를 대표할 사람을 지정해주세요”라고 요청하고, 법원의 선임 결정을 받아야만 합니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그 소송에서는 회사를 적법하게 대표할 사람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 규정, 왜 중요할까요?
이 규정들은 단순히 권장 사항이 아닙니다.
회사와 이사 간 소송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적 요건입니다.
법원은 직권으로(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소송 당사자의 대표권이 적법한지를 조사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여기에 흠결이 발견되면, 소송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바로 ‘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이는 치명적인 결과입니다.
실제 사례에서 벌어진 일: ‘대표자 선임 신청’ 누락의 결과
서울고등법원 사건으로 돌아가 봅시다.
이 사건의 채무자 회사는 자본금 10억 미만이었고, 감사가 없었습니다.
사외이사 A씨는 이 회사를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당시 대표이사였던 F, 그리고 그 후임인 H를 회사의 대표자로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A씨도, 회사 측도, 그 외 누구도 법원에 ‘회사를 대표할 자 선임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F와 H는 이 특정 소송에 관해서는 회사를 대표할 법적인 권한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들이 선임한 변호사(법무법인) 역시 적법한 위임을 받지 못한 것이 됩니다.
법원은 이 점을 지적하며 양측에 대표자 표시를 바로잡으라는 보정명령까지 내렸지만, 결국 아무도 보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항고심 법원은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은 대표권 없는 자를 대표자로 하여 법인인 채무자를 상대로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다”고 판단하고, 1심 결정을 취소하며 신청 자체를 각하해버린 것입니다.
‘각하’되면 어떻게 될까요?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문전박대 당하는 것과 같습니다.
신청인이 주장했던 이사회 결의의 문제점, 효력을 정지시켜야 할 긴급성 등은 전혀 판단받지 못합니다.
즉,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이사회 결의는 그대로 효력을 유지하게 됩니다.
신청인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고, 정작 중요한 권리 구제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를 통해 얻으려 했던 긴급한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게 되는 심각한 결과입니다.
자, 그럼 당신이 비슷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질적인 행동 지침)
이 사례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사로서 회사 이사회 결의의 효력을 다투려 하거나, 회사 입장에서 이러한 소송에 대응해야 한다면 다음 사항을 반드시 명심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행동 지침 1: 소송 시작 전, ‘대표자’부터 확인하세요!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신청인 입장)
회사를 상대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이나 본안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다음 절차를 반드시 따르십시오.
- Step 1: 감사 유무 확인
- 회사의 정관과 법인등기부등본을 통해 ‘감사’가 선임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 Step 2-1: 감사가 있는 경우
- 소송 서류(신청서, 소장 등)에 회사의 대표자를 ‘감사 OOO’으로 정확히 기재합니다. (절대 대표이사 이름 쓰면 안 됩니다!)
- Step 2-2: 감사가 없는 경우
- 회사의 자본금 총액을 확인합니다. (법인등기부등본 확인)
- 만약 자본금이 10억 원 미만이라면, 상법 제409조 제5항에 따라 반드시 별도로 ‘회사를 대표할 자 선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 이 신청은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동시에 또는 그 이전에 해야 합니다.
- 법원이 대표자를 선임해주면, 그 선임된 사람을 회사의 대표자로 하여 가처분 신청을 진행해야 합니다. (선임 결정문 확인 필수)
- 만약 자본금이 10억 원 이상인데 감사가 없다면, 이는 그 자체로 상법 위반 소지가 있으므로 다른 법적 쟁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 확인 및 선임 절차를 건너뛰면, 여러분의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신청은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행동 지침 2: 소송 당했을 때, 상대방의 ‘대표자 지정’을 확인하세요!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피신청인 입장 – 회사 측)
만약 여러분이 회사 측(대표이사, 경영진 등)이고, 다른 이사나 주주로부터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당했다면, 가장 먼저 신청서에 회사의 대표자가 누구로 되어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 Step 1: 신청서 확인
- 신청서에 기재된 채무자(회사)의 대표자가 누구인지 확인합니다.
- Step 2: 감사 유무 및 자본금 확인
- 우리 회사에 감사가 있는지, 자본금은 10억 미만인지 확인합니다.
- Step 3: 대표자 표시의 적법성 검토
- 만약 감사가 있는데 신청서에 대표이사 등으로 잘못 기재되어 있다면, 이는 대표권 흠결입니다.
- 만약 감사가 없고 자본금 10억 미만인데, 신청인이 법원의 대표자 선임 결정 없이 임의로 대표이사 등을 대표자로 기재했다면, 이 역시 대표권 흠결입니다.
- Step 4: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
- 위와 같은 대표권 흠결이 발견되면, 답변서 등을 통해 이 점을 명확히 지적하고 ‘소송 요건 흠결로 인한 각하’를 주장(본안전 항변)해야 합니다.
- 이는 본안 내용의 유리함과 별개로, 소송을 조기에 종결시킬 수 있는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자체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행동 지침 3: 절차의 중요성을 절대 간과하지 마세요!
소송에서는 ‘내용’만큼 ‘절차’가 중요합니다.
특히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는 소송 요건(대표권, 당사자 능력, 관할 등)은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사소한 걸로 설마 문제가 되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살펴본 사례처럼, 기본 중의 기본인 대표자 표시 오류 하나가 여러분의 정당한 주장을 펼칠 기회 자체를 박탈할 수 있습니다.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처럼 신속성이 생명인 절차에서는 더욱 치명적입니다.
행동 지침 4: 미리 준비하고 점검하세요!
회사 관련 분쟁, 특히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와 같은 법적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변수가 많습니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이든, 소송에 대응하기 전이든, 관련된 법규와 절차를 충분히 숙지하고 필요한 서류와 증거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회사와 이사 간 소송에서의 대표권 문제는 간과하기 쉬우면서도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반드시 사전에 철저히 점검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관련 규정과 유사 사례를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것이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절차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결론: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야 합니다.
서울고등법원의 이번 결정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이라는 강력한 법적 수단을 활용하고자 할 때, 결의 내용의 부당성이나 절차적 위법성을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소송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 특히 ‘누가 회사를 적법하게 대표하는가’에 대한 확인과 조치를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회사와 이사 간의 소송에서는 감사가 회사를 대표하는 것이 원칙이며, 감사가 없는 소규모 회사(자본금 10억 미만)의 경우에는 반드시 법원에 별도로 대표자 선임 신청을 해야만 한다는 상법 규정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아무리 정당한 주장을 가지고 있더라도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각하되는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실체적 주장뿐만 아니라 절차적 완결성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