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왜 거부하면 안 될까?
검찰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왜 거부하면 안 될까?
국가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시하고 확인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유독 베일에 싸여 ‘깜깜이 예산’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특수활동비’입니다.
특히 검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활동에 쓰인다는 명목 아래 구체적인 사용 내역 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한 시민이 검찰청 여러 부서의 특정 기간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과 현금 수령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대해, 검찰의 정보공개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검찰은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수사 등 직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은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요구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 글에서는 해당 판결 내용을 바탕으로, 공공기관, 특히 검찰의 특수활동비 정보공개를 둘러싼 핵심 쟁점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왜 법원은 검찰의 비공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요?
어떤 정보까지 공개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만약 여러분이 공공기관의 예산 집행, 특히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에 관심이 있거나 직접 정보공개를 청구하려는 경우, 이 글을 통해 관련 법리와 절차, 그리고 여러분의 권리에 대해 더 명확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와 행정의 투명성은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쟁점 1: 국민의 알 권리 vs 수사 기밀 보호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문제의 핵심에는 항상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합니다.
하나는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감시할 ‘국민의 알 권리’와 ‘행정 투명성 확보’라는 가치이고, 다른 하나는 공개될 경우 수사나 국정 활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업무의 공정한 수행’ 또는 ‘수사 기밀 보호’라는 가치입니다.
1. 정보공개법의 원칙: ‘공개’가 원칙, ‘비공개’는 예외
우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은 제3조에서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하여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야 한다”고 천명하며 정보 공개를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9조 제1항에서 예외적으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들을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즉, 공공기관은 정보공개 청구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만약 공개를 거부하려면 청구된 정보가 제9조 제1항 각 호의 비공개 사유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막연히 “공개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2. 검찰의 주장: ‘수사 직무수행 현저 곤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
이번 사건에서 검찰총장은 정보공개를 거부하면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를 주된 근거로 삼았습니다.
이 조항은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합니다.
검찰은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 등이 공개되면 수사의 대상, 방법, 시기, 방향 등이 노출되어 수사 활동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현저 곤란’ 인정 부족, 구체성 결여
하지만 법원은 검찰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가 적용되려면, 정보 공개로 인해 직무 수행이 ‘현저히’ 곤란해진다는 점에 대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단순히 곤란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직무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고 그 정도가 현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공개 청구된 정보(특정 기간 동안 각 부서별 특활비 지출기록부의 집행일자/금액, 현금수령증의 수령일자/금액)의 내용을 비공개로 직접 열람하고 심사한 결과, 다음과 같은 이유로 비공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제한된 정보: 공개 청구된 정보는 전체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 중 ‘언제’, ‘얼마’를 썼는지(또는 받았는지)에 대한 일부 정보일 뿐, ‘누가(수령인)’, ‘어디에(사용처)’, ‘왜(활동 내용)’ 사용했는지 등 구체적인 활동 내용이나 수사 기밀과 직결되는 정보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 추상적 위험성: 이 정보만으로 특정 사건의 수사 주체, 대상, 방법, 진행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거나 역추적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검찰이 주장하는 ‘직무수행 현저 곤란’의 위험은 구체적이라기보다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가능성에 가깝습니다.
- 기밀성 정도의 차이: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라 할지라도, 개별 정보의 내용에 따라 기밀 유지의 필요성 정도는 다릅니다. 모든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를 일률적으로 비공개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법원은 검찰이 정보공개로 인해 수사 등 직무 수행이 ‘현저히 곤란’해진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공공기관이 ‘수사 기밀’이라는 이유로 포괄적인 비공개 결정을 내리는 관행에 제동을 건 중요한 판단입니다.
▶ 시사점: 정보공개 청구 시 알아둘 점
- 공개가 원칙: 공공기관은 원칙적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 비공개 사유 구체적 검토: 기관이 정보공개를 거부한다면, 어떤 법 조항의 어떤 이유로 거부하는지 명확히 밝히도록 요구하고, 그 사유가 타당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수사 기밀’과 같은 포괄적 사유는 구체적인 위험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 부분 공개 요구: 만약 청구한 정보 중 일부만 비공개 사유에 해당한다면, 정보공개법 제14조에 따라 공개 가능한 부분이라도 분리하여 공개하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전체 정보에 대한 거부는 위법할 수 있습니다.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쟁점 2: 어디까지 공개될 수 있는가? – 특수활동비의 성격과 한계
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특정 정보(집행일자, 금액 등)의 공개를 명했다고 해서, 검찰 특수활동비의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의 범위와 한계는 그 특수성과 관련 법규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합니다.
1. 특수활동비란 무엇인가?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정의됩니다.
주로 검찰, 경찰, 국정원, 군 등에서 사용하며, 예산 편성 및 집행 과정에서 일반 예산보다 완화된 통제를 받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활동의 기밀성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동시에 ‘쌈짓돈’처럼 사용되거나 용처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2. 공개 가능한 정보 vs 비공개 필요 정보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수준의 기밀성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의 판단 취지를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이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표 1>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의 공개 가능성 판단 (예상 기준)

주의: 위 표는 일반적인 예상 기준이며, 실제 공개 여부는 개별 정보의 내용과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법원에서 다르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즉, 이번 판결은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의 문을 연 중요한 계기이지만, 모든 정보가 무조건 공개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국민의 알 권리와 행정 투명성이라는 가치와, 수사 등 기밀 유지가 필요한 업무 수행의 공정성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개별 정보별로 구체적인 이익 형량이 필요합니다.
▶ 시사점: 무엇을 청구하고 기대할 수 있는가?
- 구체적인 정보 특정: 정보공개 청구 시, 막연히 “특수활동비 내역 전부”라고 하기보다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원하는 정보의 종류(예: 기간, 부서, 항목-날짜/금액 등)를 특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 핵심 기밀 제외 가능성 인지: 수사 대상, 방법, 정보원 등 핵심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는 비공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 부분 공개 적극 활용: 전체 정보 공개가 어렵다면, 공개 가능한 부분(예: 날짜, 금액)이라도 분리하여 공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쟁점 3: 거부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불복 절차)
만약 공공기관에 특수활동비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비공개 또는 부분 공개 결정을 받았다면, 이에 불복하고 다툴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1. 불복 절차 개요
정보공개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 이의신청: 정보공개(비공개) 결정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해당 공공기관에 서면으로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기관은 이의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결정하고 통지해야 합니다. (정보공개법 제18조)
-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 이의신청을 거치지 않거나, 이의신청 결과에도 불복하는 경우 행정심판(결정 통지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 또는 행정소송(결정 통지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법 제19조, 제20조)
<표 2> 정보공개 불복 절차 비교
구분 | 이의신청 | 행정심판 | 행정소송 |
---|---|---|---|
청구 대상 | 원 처분청 (정보공개 결정 기관) | 행정심판위원회 | 행정법원 |
청구 기간 | 통지받은 날부터 30일 이내 | 처분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 처분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
특징 | 간이 절차, 기관 자체 재검토 기회 | 준사법적 절차, 행정부 내 판단 | 사법적 절차, 법원의 최종 판단 |
비용/시간 | 비교적 적게 소요 | 소송보다 적게 소요될 수 있음 | 비교적 많이 소요 |
2. 대응 시 고려사항
- 기록 확보: 정보공개 청구서, 비공개 결정 통지서 등 모든 관련 서류를 잘 보관해야 합니다.
- 불복 이유 명확화: 왜 비공개 결정이 위법·부당한지, 정보공개법의 어떤 원칙이나 조항에 어긋나는지를 구체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 특히 비공개 사유의 부당성(예: ‘수사 직무수행 현저 곤란’ 요건 불충족)을 법리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선례 활용: 이번 판결처럼 유사한 사안에서 정보공개를 명한 판례나 결정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인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법률 전문가 조력 고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은 법률적인 전문 지식이 요구되므로,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관련 소송은 복잡한 쟁점을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핵심 포인트: 포기하지 마세요! 공공기관의 비공개 결정이 항상 정당한 것은 아닙니다.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으므로, 부당한 거부 처분에 대해서는 법에서 정한 불복 절차를 통해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투명한 예산 집행, 특수활동비 정보공개에서 시작됩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한 이번 법원 판결은 ‘국민의 알 권리’와 ‘행정의 투명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수사 기밀’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에 대한 국민의 감시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거부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물론, 기밀 유지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필요성은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입증되어야 하며, 국민의 알 권리와의 비교 형량을 통해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합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공공기관, 특히 검찰과 같이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의 예산 집행 투명성이 한층 높아지기를 기대합니다.
특수활동비 정보공개는 단순히 특정 기관의 예산 내역을 들여다보는 것을 넘어, 국가 예산이 보다 책임감 있고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하는 중요한 감시 장치입니다.
국민 누구나 정보공개 청구 제도를 통해 국가 운영에 참여하고 감시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정당한 권리 행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주의: 본 내용은 관련 판례 및 법률 정보를 바탕으로 정보공개 제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되었으며,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정보공개 청구 및 불복 절차 진행 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관련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